2025. 4. 18. 09:28ㆍArchitect.
기억을 설계하는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
야마모토 리켄(Riken Yamamoto)은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가입니다. 그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고 교류할지, 그 사이에서 어떤 관계가 생겨날지를 고민해왔습니다. 이웃과 사회를 연결하는 공간, 모두가 주인이 되는 건축을 추구하며 202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그는 일본 건축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바로 요코하마 국제학교(Yokohama International School)입니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일방향적인 학교 건축과 달리, 이 건물은 완전히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 교사와 학생, 지역 주민까지도 건축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공간 곳곳에 마련된 열린 계단과 테라스, 공용 공간은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며, 교육의 장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출처 : 요코하마 국제학교
요코하마 국제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을 넘어, 도시 속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마을처럼 작동합니다. 건물 사이의 틈, 테라스, 복도, 계단은 교실보다 더 많은 만남과 소통을 유도하며, 외부 주민도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이는 야마모토 리켄이 추구하는 '건축의 민주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공간이 사람의 관계를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는 과거에도 사이타마현립대학교, 훗사 시청, 세곡동 공동주택단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성과 투명성, 사용자 중심의 공간 설계를 실현해왔습니다. 특히 세곡동 공동주택단지는 한국 내 공공임대주택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았으며, 저렴한 비용 안에서도 고품질의 설계가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리와 노출 콘크리트를 적극 활용해 내부가 외부로, 외부가 내부로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행동을 건축이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설계합니다.
그의 건축은 외형보다 관계를 설계합니다. 누구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도록, 닫힘보다는 열림을, 분리보다는 연결을 택합니다. 이러한 건축은 단순히 보기 좋은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까지 바꾸는 힘을 가집니다.
2024년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그의 건축에 대해 “개방성과 참여의 원리를 기반으로 사회적 연대를 증진시키는 건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기능적인 것을 넘어서, 사회적 관계를 디자인하는 건축입니다.
그의 건물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공간에서 나는 누구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완성시켜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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